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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시작되는 인내의 시간 September 24, 2005

진행일지-8 : 자갈돌 운반

쉼터 땅에 깔 자갈을 골라서 덤프트럭으로 실어왔다. 우리가 꾸밀 쉼터는 뚝방마을 안에서 비교적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마을 어귀를 지나서 약 150여 미터 정도 안쪽으로 진입해 들어가야 한다. 자갈을 실은 덤프트럭이 좁은 마을길로 진입하고자 하는데 전혀 예기치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마을 입구에 사시는 주민 몇 분이 트럭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우리가 흙을 싣고 들어가서 흙더미를 쌓는 것으로 오해하신 것이다. 이 지역은 몇 해전까지만 해도 비가 와도 물이 잘 빠져서 지금처럼 우천시 바닥이 질척거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쉼터 근처에 위치한 동네 아래쪽의 몇 가구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흙더미를 쌓아 사용하면서부터 우천시 물이 빠지던 수로를 차단해버려 마을 내에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여있게 됨으로써 몇몇 가구들이 비가올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운반하는 것이 흙이 아니고 자갈이며, 물 빠지는 수로를 결코 막는 것이 아니고, 단지 쉼터 조성을 위해 바닥에 일부 자갈을 깔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지만, 빗물 고이는 문제로 오랜동안 속을 썩어온 주민 몇분들은 이러한 설명에 대해 믿지 못하시고 무조건 안된다는 기세였다. 급기야 애초에 흙을 쌓아서 물난리의 원인을 제공했던 것에 대한 책임을 윗 동네 분들과 아래 동네 분들이 서로 물으면서 동네 싸움으로 번지게 되었고, 우리는 당황한 채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덤프트럭을 마을 입구에 세워놓은 채 마냥 기다려야했다. 다툼 중에 흥분하신 한 주민 분께서 트럭이 마을 안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트럭 앞에 봉고차를 세워 길을 막으시기까지 했다. 물난리의 원인을 제공한 아래 동네에서 또 무언가를 만든다니 그것 자체에 대해 의심하는 눈치이다.

반장님과 함께 상황을 설명하며 오해를 풀고자 했으나 이미 논의의 방향이 쉼터 만들기가 아닌 수로 차단문제로 번져버렸고, 책임을 주민간에 서로 따지는 전혀 다른 이슈로 움직여버려서 더이상 우리가 대화에 끼어들기 어려운 상황이 되버리고 말았다. 감정싸움으로 번져버린 주민들간의 대화를 지켜보면서 이곳 주민들간의 소통이 정말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느꼈다. 조금씩 서로 입장을 들어보고 협조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도 주민간에 피해의식을 많이 가지고 계시는 것 같은 인상이다. 몇년씩 어려운 여건속에서 생활해나가고 있는 터라 각박해질 수 밖에 없겠지만, 주민간 이해관계를 떠나서 여유있게 서로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이곳엔 꼭 필요한 것 같다. 여하튼 이제 어두워져서 작업이 어려워진데다 이 상황에서 트럭을 마을 안에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목사님과 의논하여 돌들을 일단 자갈돌을 입구의 주차장에 쌓아놓고 돌아가기로 했다. 무척 허탈한 하루였다.



Posted by outsideart at September 24, 2005 07:5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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