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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긁으며 살기_프로파겐다_최금수 |
January 0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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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긁으며 살기_프로파겐다
미술이 사회와 만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물론 그렇지 않은 미술작품들도 몇몇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남에게 철저하게 숨겨진 작품이라면 미완의 작품이거나 이미 눈으로 보여진다는 미술작품 존재의 의미를 포기한 것이기에 더 말할 바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미술과 사회가 '어떻게' 만나느냐 일 것이다. 기획창작공간 산방의 『미술로 등긁기_2005 삼백만원 프로젝트』가 고심했던 바도 바로 이 '어떻게'이다. '어떻게'라는 것을 좀더 풀이하자면 미술과 사회가 만나는데 있어 상황과 태도에 관련된 문제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기획창작공간 산방은 미술과 미술가의 사회적 쓸모와 미술가의 생존방식으로부터 출발하여 환경조형 및 바깥미술의 소통과 유통 그리고 이와 관련한 미술가들의 새로운 창작방식까지를 고민하고 있다.
어찌되었건 기획창작공간 산방의 이번 프로젝트를 경험하면서 익히 알고 있었던 것보다 미술과 사회의 통로가 그리 넓지 않았음을 느끼며 다소 당혹해 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이는 미술 내 사회와 미술 밖 사회의 불일치에서 오는 문제로 어쩌면 미리 노정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미술과 사회의 불일치를 얼마만큼 극복할 수 있느냐가 이번 등긁기의 목표였던 까닭이다.
이기일과 함께 한 『미술로 등긁기_2005 삼백만원 프로젝트』의 타이틀은 「프로파겐다」이다. 기왕의 이기일 작업으로 진행되었던 「프로파겐다」가 있었고 이를 발전시켜 보겠다는 욕심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미술로 등긁기_2005 삼백만원 프로젝트』가 부과한 과제는 미술이 지역사회에 얼마만큼 소통할 수 있는가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래서 좀더 고심하여 몇 번의 프로젝트 수정과정이 있었다. 원래 프로젝트 초반에 계획되었던 것은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있는 산책로 담장을 이용한 것이었고, 이에 협조를 구하기 위해 공문을 발송하였다. 국립현충원 측의 답변은 이미 2006년도에 산책로 담장을 한강이 보이게끔 투명하게 바꿀 계획이 잡혀있어 이기일의 프로젝트는 불가하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국립현충원 산책로 프로젝트는 전면 백지화될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진행된 프로젝트는 사당동 먹자골목 파출소를 열린 화장실로 만들려는 것이었다. 다시 공문을 만들어 방배경찰서 쪽으로 보냈다. 이에 대한 답신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담당 공무원들은 민원에 바빴으며 예술 프로젝트를 이해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새벽까지 치안 및 각종 민원 등 현장 실무에 시달리는 경찰들을 보여 오히려 안쓰러운 마음 뿐이었다. 결국 파출소에서 교회나 동사무소 등 공공장소로 프로젝트를 옮겨보려고 하였으나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이미 구청 등 행정기관에서 열린 화장실 제도를 실행하고 있었으며 이에 예술가들이 참여한다는 것을 그리 반가워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던 까닭이다.
결국 최종 결과물로 나온 「프로파겐다」는 동작구에서 마포구 서교동으로 옮겨오게 되었고 장소 또한 공공장소가 아닌 개인 업소인 호프집 '본 하이머'를 선택하게 되었다. 동작구 사당동은 작가 이기일이 살고 있는 마을이었고 마포구 서교동은 미술을 시작하면서부터 현재까지 작가 이기일이 주로 활동하는 장소로서 오히려 거주지인 사당동보다 더 지역사회의 유대감이 있었던 까닭에 어렵지 않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었다.
서로 등을 긁어준다는 것은 이미 어지간한 친숙관계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술로 등긁기_2005 삼백만원 프로젝트』의 포스터처럼 혼자 등긁기를 하려면 왠지 궁색하고 어색하다. 사회의 간지러운 곳을 미술로 긁어주겠다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오히려 미술로 긁기에 적당한 곳만을 찾아다니지 않았는가 하는 반성이 든다. 사회에 미술의 힘을 당당하게 보여준다기보다는 미술 내 사회 중의 일부에서만 움직이지 않았나 하는 미련 말이다. 하지만 개별 창작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느 정도 절실하게 느꼈던 일상의 문제를 거리의 환경에 맞추어 작업을 하였고 이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 또한 적지 않았기에 작은 위안이나마 찾을 수 있었다. 아주 작은 일이기는 하지만 심야까지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길에 적당한 장소를 찾지 못해 노상방뇨까지 생각해 본 사람들이라면 이번 프로젝트를 이해해 줄 것이라 믿는다. ■ 최금수·이미지올로기연구소장
Posted by outsideart at January 9, 2006 10:5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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