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21일 일요일 맑음 - 설치에 앞서'양재천 프로젝트'는 애완견 배설물 처리 문제에 대해 시민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것이 아니다.
양재천을 사랑하고, 애완견을 사랑하고 같이 더불어 살자는 것이다. '개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개똥'을 가지고 한바탕 놀아봄으로써 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오늘의 해프닝이 즐겁게 마무리 되기를 바라며...
2005년 8월 16일 수요일 맑음 - 서초구 치수방재과, 강남구 치수과 방문
조형물 표면에 잔금이 생겼었다.
어떤 조형물 표면엔 공기구멍이 많이 생겨서 덧손질도 했다.
원인을 분석하고 다시 덧칠을 시작했다.
16일 오전에는 서초구 치수방재과, 강남구 치수과를 방문했다.
서초구청 4층에 위치한 치수방재과에서 만난 계장님은 친절했다.
프로젝트 취지를 설명하고 설문조사 결과를 보여주며 양재천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겪는 불편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화장실 부족' 문제는 양재천에 물이 많이 불어날 경우를 대비해서 제방 위쪽에 화장실이 위치해 있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쓰레기통 부족 및 청소'에 대해서는 쓰레기통을 많이 비치해 놓았었는데 생활쓰레기를 많이 갖다 버려서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다만 청소문제에 대해서는 인력이 너무 모자란 상태라 깨끗이 관리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서초구에서 관할 하는 양재천 구역에 배치된 인원이 네명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온 후 배수문제 및 징검다리 잠김 현상'에 대해 배수는 청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징검다리 잠김 현상에 대해서는 본래 징검다리가 놓인 취지가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살리자는 것이므로 비온 후에 잠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다. 그것이 징검다리의 속성이라는 설명이었다.
청소문제를 해결해나가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리고 과장님과 같이 만난 자리에서 조형물 설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문서의 격식을 제대로 갖춘 서류를 꾸며오면(사실 신경써서 문서의 형식을 갖추어서 방문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서 연락하겠다는 모호한 답변을 들었다. 계장님은 호의적인 입장이었는데 과장님은 말투도 적당히 반말을 섞어가며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 있노라니 기분이 좋질 않았다.
이어서 강남구 치수과를 방문했다.
강남구 치수과 하천관리팀은 구청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찾아간 곳은 양재천과 탄천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가건물이었다.
전화에서는 모호한 반응이었는데 직접 만나서 프로젝트의 취지와 내용을 설명하니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설문조사 결과를 설명하며 개선책에 대해 질문해보니 징검다리 잠김현상에 대해선 서초구와 같은 답변을 해왔다.
식수대 부족문제는 개선해보도록 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화장실 부족이나 청소문제는 서초구와 강남구의 입장이 달랐다. 강남구쪽 양재천에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에어컨도 나오는 고급 간이 화장실이 구비되어있었다.
또한 청소인력도 강남구쪽은 서른 세명이나 되었다. 조형물 설치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의견이 다양하지만 프로젝트의 진행방향이 강남구청 치수과의 일을 도와주는 성격이 있으니 필요하면 플래카드도 설치해주고 집게와 봉투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서초구의 미적지근한 반응과는 다른 강남구쪽의 반응에 같이 방문했던 기획자 이병희씨와 나는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2005년 8월 10일 수요일 비오다 갬 다시 비오다 갬 - 다듬어진 개똥
대강 각을 잡아놓고 접착 시켜 놓은 개똥을 다듬는 작업이 계속되었다.
치솔처럼 생긴 쇠솔과, 사포를 이용하여 개똥의 면을 부드럽게 다듬어 나갔다.
스티로폼 가루가 눈처럼 많이 날려서 마스크를 써야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오전에 일을하고 오후부터 밤까지 진행된 개똥작업으로 다리가 팍팍해졌다.
같이 개똥을 만드는 종희씨도 지친 모습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즐거운 기분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몸을 혹사하지 않기로 하였다.
무슨일이든 즐거워야 한다.
다 다듬어진 개똥의 표면에 핸디코트를 이용해 코팅하기 시작했다. 다시 건조되길 기다려야 한다.
나는 이번 ‘양재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05 삼백만원 프로젝트’의 취지와 룰(rule)을 존중하기로 했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산방’의 프로젝트 개요를 보자.
‘미술로 등 긁기’ 프로젝트 개요
‘미술로 등 긁기’는 미술과 미술가의 사회적 쓸모와 관계에 대한 실험 프로젝트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간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그 첫 번째 사업으로 [‘05 삼백만원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 ‘05 삼백만원 프로젝트
◎ 주 최 : 기획창작공간 산방
◎ 총괄기획 : 이경복
◎ 진 행 : 송지영, 박야일
◎ 참 여 : 한명의 기획자가 한명의 미술가를 추천하여 1개 팀을 구성함
(총 7 팀)
기획자 : 김준기, 민병직, 오혜주, 이병희, 이은주, 윤태건, 최금수
미술가 : 강영민, 김연태, 안중경, 양아치, 이기일, 이호진, 정은영
◎ 기 간 : 2005년 6월~11월
◎ 장 소 : 서울 곳곳
(등촌동, 방배3동, 양재동양재천, 안국동, 사당동현충원,우면동 뚝방마을, 서교동)
◎ 관람방법 : 인터넷 (산방 홈페이지 및 참여미술가들의 개인 블로그)
◎ 후 원 :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주)남양알로에, 주)두산의류BG
[‘05 삼백만원 프로젝트]는 자신의 한 달 인건비가 포함된 300만원을 지원받은 미술가가 본인의 주 생활공간(거주지 또는 작업실)을 중심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최소단위의 지역사회에서 느끼는 문제의식을 미술적 방법을 통해 해결해보는 것을
기본 틀로 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1) 미술과 미술가의 사회적 쓸모와 미술가의 생존방식
2) 현재 1% 미술의 물량적이고 편중된 성격에 대한 구체적 대안
3) 바깥미술의 다양한 접근 방식
4) 미술을 매개로 한 미술가와 주민의 소통 방법
5) 미술 유통에 있어 구성주체들의 관계 및 역할
6) 미술가들의 새로운 창작방식 및 방향 」등에 대해 탐구하고
이를 확대 재생산 가능한 정보로 구축 하여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주된 목표이다.
이를 위해 이 프로젝트는 작업진행에 있어 몇 가지 과제수행원칙과 방법을 전제로 하고 있다.
내가 프로젝트의 취지와 룰을 정확히 알기 전에는 양재천의 교각과 풀밭에 페인트나 물감을 잔뜩 뿌린다든가, 천으로 덮어씌운다든가(크리스토의 작업방식), 친구들의 조언대로 양재천에 커다란 조형물을 만든다든가, 종이배를 띄운다든가, 환경 친화적인 식물성 작업을 한다든가.. 아무튼 많은 생각이 오갔었다. 그런데 프로젝트의 취지와 의미를 알게되면서 마치 숙제처럼 주어진 작업방식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지만.. 지키고 싶어졌다. 이제 나의 작업은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발생할 수 있는 변수들을 즐겁게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그리고 내 나름의 정공법으로 모든 과정을 채워가리라고 다짐했다.
해서, 설문결과를 토대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운용할 수 있는 자금을 최대한 활용하는 범위에서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양재천을 이용하면서 느낀 불편한 사항, 개선할 사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가장 많은 응답이 나온 ‘화장실 부족’ 문제는 양재천 관리사무소에 연락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쓰레기통 부족 및 청소’,‘식수대 부족’등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애완견 배설물’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화장실 부족’ 문제와 더불어 많이 나온 의견이다. 재밌어 보인다. 어떻게 할까.. 미술적인 해결방식으로.. 나는 우선 ‘애완견 배설물’, 편하게 ‘개똥’이라 불러보자. 음.. 개똥모양의 조형물을 만들어서 양재천에 얼마간 설치해 놓기로 했다. 그리고 개똥을 청소하는 집게와 봉투도 배포하기로 했다. 지금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이다.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켜보자!
개똥을 커다랗게 만들 기본 재료는 스티로폼. 환경친화적으로 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 개똥모양의 입체물에 풀이 솟아나게 하고도 싶었지만 우선은 주의를 환기시키고 빨리 제작할 수있는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물론 스티로폼 위에 어떤 식의 코팅이 될 것이다.
이번 작업을 위해서 조소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최종희'씨가 적극 협력해 주었다. 개똥의 모양을 '유점토'로 작게 만든 것.
스티로폼 입체물 작업은 최종희씨와 내가 진행하지만 종희씨의 손이 훨씬 많이 들어갈 것 같다. 입체물을 만드는 전문적인 테크닉을 습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같다.
자, 이제 그 제작 과정을 보고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2005년 8월 5일 금요일 맑음 - 설문조사 결과 공개
사전조사를 포함하여 7월 6일 부터 8월 3일 까지 진행된 '양재천 프로젝트' 설문조사는 100명을 표본 대상으로 정하여 실시되었다. 성별 분포는 남자 50명, 여자 50명이었다.(계획된 게 아니었음에도 남녀의 숫자가 똑같이 나왔다.) 나이 분포는 10대-9명, 20대-20명, 30대-27명, 40대-14명, 50대-15명, 60대-11명, 70대-4명 이었으며, 거주하는 곳은 양재동 34명, 도곡동 19명, 포이동 11명 대치동 8명 순이었다.
설문 문항에 따라서 복수응답도 나오고 무응답인 경우도 있어서 문항별 숫자의 합은 100이 넘는 경우도 있었고 100에 모자라는 경우도 있었다.
다음은 문항별로 구체적인 응답 내용을, 숫자가 많이 나온 순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양재천에 나와서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① 산책 58 ②운동 및 조깅 38 ③인라인스케이트 14 ④자전거 8 ⑤휴식 및 기타 6
-양재천에 얼마나 자주 나오시나요?
① 일주일에 한두 번 33 ②하루에 한 번 이상 30 ③일주일에 서너 번 21 ④일주일에 다 섯 번 8 ⑤기타 6
-양재천에 나오는 시간은 하루 중 어느 때 인가요?
① 저녁 65 ② 오후 12 ③ 새벽· 아침 8 ④ 오전 7 ⑤ 점심 6
-양재천에 머무는 시간은 어느 정도 인가요?
① 1시간 26 ② 2시간 21 ③ 1시간~2시간 19 ④ 2시간 이상 11 ⑤ 3시간 이상 9
-양재천을 이용하면서 느낀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① 깨끗하다 36 ② 자연친화적인 환경 27 ③ 가까운 위치 25 ④ 산책 및 자전거 코스가 좋다 12
-양재천을 이용하면서 불편하다고 느낀 것이나 개선을 바라는 사항은 무엇인가요?
① 화장실 부족 29 ② 애완견 배설물 28 ③ 쓰레기통 부족 및 청소 11 ④ 식수대 부족 10 ⑤ 해충 9 ⑥ 비온 후 배수문제 및 징검다리 잠김 현상 8
2005년 7월 31일 일요일 맑음, 밤에 비
더운 때를 피해 저녁때 양재천에 나갔더니 사람들이 많았는데.. 곧 어두워져서 설문조사 하기가 힘들었다.
힘들다기 보단 어색했다. 그래도 설문조사를 더 진행했고 오늘까지 모두 76명의 설문을 받았다. 이제 24명 남았다.
이제 대강의 틀이 잡혀질 것 같다. 너무 어두워졌을 때 나는 그냥 양재천을 산책하는 사람들 틈에 섞여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전 낮에 너구리를 보았던 곳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았다. 모두들 너구리 구경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냥 양재천의 밤 속을 걸어나갔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설문조사가 끝나고, 설문조사 분석이 끝나고, 현장 작업이 시작되었어야 하는데.. 일정이 늦춰지게 되었다. 100명의 설문을 받을 계획인데 아직 61명의 설문만 받았다. 무더운 날씨와 비, 그리고 내가 하고있는 일들이 겹쳐져서 일정이 늘어가게 될 것같다. 이것은 예상못한 일이라 당혹스럽다.
아무튼 곧 설문을 끝내고 현장작업에 들어가리라!
그동안 친척동생들의 도움으로 설문조사를 더 진행했다. 나는 양재천 곳곳을 촬영했다. 21명의 시민으로부터 설문을 했고 설문자체를 거절하는 사람들 때문에 동생들이 조금 서운해했지만 뭐.. 예상했던 일이다. 그런일에 상처받을 순 없다.
나도 거의 매일 양재천에 산책을 나오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양재천이 다르게 보인다. 양재천의 각종 시설물( 산책로, 인라인 스케이트장, 운동시설, 화장실 등)은 제대로 되어있는지, 물은 깨끗한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떤 시각에 나와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관찰하게 된다. 깨끗하게 보이던 양재천 곳곳에 쓰레기들이 나뒹굴기도 하고
서초구 관할 양재천과 강남구 관할 양재천의 관리수준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비가 많이 오면 징검다리가 물에 잠겨 건널 수 없다는 것, 너구리가 살고 있다는 것, 개를 데리고 산책나오는 사람들이 많고, 화장실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 등도 알게 되었다.
한번은 중년의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누다가 큰 수술을 한 후 양재천에 쉬러 매일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딘가 아파보이던 표정은 그것 때문이었을까.. 양재천은 어떤 치유의 기능도 하고 있었다.
몇 년전 나에게도 굉장히 슬픈 일이 있었다. 그때 나의 슬픔을 쏟아놓기 위해선 아주 커다란 공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과 떨어져서 혼자 앉아있는 사람들 중에 그렇게 아픈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았다. 아무튼 사람들을 만나면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양재천을 좋아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more...
날씨가 너무 더운 탓인지 오후 5시를 지나는 시각인데도 양재천은 한산해 보인다. 얼마전 사전조사를 해보았지만 설문조사를 하기위해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다가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짐짓 딴청을 피우면서 경계의 끈을 당긴다. 나의 입에서 익숙하고 상냥한 한국어가 발음되는 순간(물론 나는 전형적인 한국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팽팽하게 당겨졌던 경계의 끈은 끊어진다. 혹은 더 당겨진다. 처음 설문을 시작한 곳은 영동 1교. 인라인 스케이트장이 있는 곳이다.
친구 하나가 나의 작업을 도와주었다.
그리고 준비한 설문의 내용은 이렇다.
-양재천에 나와서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양재천에 얼마나 자주 나오시나요?
-양재천에 나오는 시간은 하루 중 어느 때 인가요?
-양재천에 머무는 시간은 어느 정도 인가요?
-양재천을 이용하면서 느낀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양재천을 이용하면서 불편하다고 느낀 것은 무엇인가요?
-그 밖에 개선을 바라는 사항이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거주하는 동: 성별: 나이:
오늘은 모두 23명의 시민으로부터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설문자체를 거절하는 사람도 물론 있었다. 앞으로 몇 차례 더 설문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설문조사가 끝나면 그 내용을 공개하고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해 보리라.
① 7월 21일 ~ 7월 27일 : 현장 설문조사 실행, 조사 결과 분석, 해결 방법 모색
② 7월 28일 ~ 8월 15일 : 현장에서 작업 진행
③ 8월 16일 ~ 8월 20일 : 현장 설문조사 실행, 조사 결과 분석(프로젝트 전후 비교)
* 작업의 모든 과정을 블로그(http://samlim72.egloos.com)에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