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 땅에 깔 자갈을 골라서 덤프트럭으로 실어왔다. 우리가 꾸밀 쉼터는 뚝방마을 안에서 비교적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마을 어귀를 지나서 약 150여 미터 정도 안쪽으로 진입해 들어가야 한다. 자갈을 실은 덤프트럭이 좁은 마을길로 진입하고자 하는데 전혀 예기치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마을 입구에 사시는 주민 몇 분이 트럭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우리가 흙을 싣고 들어가서 흙더미를 쌓는 것으로 오해하신 것이다. 이 지역은 몇 해전까지만 해도 비가 와도 물이 잘 빠져서 지금처럼 우천시 바닥이 질척거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쉼터 근처에 위치한 동네 아래쪽의 몇 가구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흙더미를 쌓아 사용하면서부터 우천시 물이 빠지던 수로를 차단해버려 마을 내에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여있게 됨으로써 몇몇 가구들이 비가올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운반하는 것이 흙이 아니고 자갈이며, 물 빠지는 수로를 결코 막는 것이 아니고, 단지 쉼터 조성을 위해 바닥에 일부 자갈을 깔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지만, 빗물 고이는 문제로 오랜동안 속을 썩어온 주민 몇분들은 이러한 설명에 대해 믿지 못하시고 무조건 안된다는 기세였다. 급기야 애초에 흙을 쌓아서 물난리의 원인을 제공했던 것에 대한 책임을 윗 동네 분들과 아래 동네 분들이 서로 물으면서 동네 싸움으로 번지게 되었고, 우리는 당황한 채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덤프트럭을 마을 입구에 세워놓은 채 마냥 기다려야했다. 다툼 중에 흥분하신 한 주민 분께서 트럭이 마을 안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트럭 앞에 봉고차를 세워 길을 막으시기까지 했다. 물난리의 원인을 제공한 아래 동네에서 또 무언가를 만든다니 그것 자체에 대해 의심하는 눈치이다.
반장님과 함께 상황을 설명하며 오해를 풀고자 했으나 이미 논의의 방향이 쉼터 만들기가 아닌 수로 차단문제로 번져버렸고, 책임을 주민간에 서로 따지는 전혀 다른 이슈로 움직여버려서 더이상 우리가 대화에 끼어들기 어려운 상황이 되버리고 말았다. 감정싸움으로 번져버린 주민들간의 대화를 지켜보면서 이곳 주민들간의 소통이 정말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느꼈다. 조금씩 서로 입장을 들어보고 협조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도 주민간에 피해의식을 많이 가지고 계시는 것 같은 인상이다. 몇년씩 어려운 여건속에서 생활해나가고 있는 터라 각박해질 수 밖에 없겠지만, 주민간 이해관계를 떠나서 여유있게 서로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이곳엔 꼭 필요한 것 같다. 여하튼 이제 어두워져서 작업이 어려워진데다 이 상황에서 트럭을 마을 안에 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목사님과 의논하여 돌들을 일단 자갈돌을 입구의 주차장에 쌓아놓고 돌아가기로 했다. 무척 허탈한 하루였다.
2주전 토요일 오전에 공사 시작에 대한 협조문을 받은 주민 몇몇 분들이 모여 함께 간이식 건물 공사를 드디어 시작하고자 했으나, 의견이 다른 소수 주민들의 반대로 결국 공사가 연기되었다. 며칠이 지난 후 반장님으로부터 시기가 좋지 않으니 좀 더 기다린 후에 추진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마도 반대하는 입장에 있는 분들의 민원을 받은 듯하다. 언제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데다 소수라 해도 주민들이 우려하는 일을 굳이 추진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프로젝트 자체가 지역 주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기에 일단 간이식 건물짓기를 보류하고 다른 방식으로 쉼터를 조성해보기로 했다.
우선 다시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찾아보았다. 군데군데 조금씩 비어있는 짜뚜리 공간이 있었는데, 협소하지만 작은 평상들과 캐비넷 형태의 생필품 가구 등을 비치하는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마을을 돌아다녀 보았다. 그러던 중 마을 중심에 위치해 있는 한 작은 개척교회 앞에 있는 공터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공터는 뚝방마을 안에서 유일하게 있는 조금 넓은 빈 땅이었는데 교회 주차장 등의 용도로 쓰여지고 있다. 공터 뒤 일부의 땅에는 아주 작은 나무들이 심어져 있으나 잘 자라지는 못하고 있었다. 알아보니 이 공터를 교회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목사님을 찾아 뵙고 프로젝트에 대한 취지를 설명했고 다행히 주변 분들의 호응을 얻어 교회 앞 공터를 사용하도록 허락을 받았다.
이 터는 우선 넓고 탁 트여있어서 애초에 간이식 건물을 짓고자 했던 장소보다 오히려 더 편안하게 주민들이 모여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보인다. 더욱이 교회에서 관리하는 사유지이기 때문에 교회의 허락 하에 작업을 추진하면 실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어려움이나 마찰은 없을 것 같다. 이 공터 뒤쪽은 마을 전체에서 유일하게 나무들이 모여 심어져 있는 곳이고, 앞쪽은 트여 있어서 밝은 느낌이 든다. 뚝방 마을에서 주민들이 앉아 담소할 수 있을 정도의 공터는 아마도 이곳이 유일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작은 초원에 있는 뜰처럼 느껴질 정도로 뚝방 마을의 어떤 장소 보다도 아늑하고 쾌적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애초의 목적에 더 걸맞게 주민들이 모여서 보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작은 쉼터를 이 곳에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지난번 간이식 건물을 짓고자 했던 계획이 뜻대로 추진되지 않아서 여러 차례 기다리고 실패한 경험이 있는지라 혹시 하는 마음에 이번 계획에 대해서는 좀더 확실히 결정되기를 기다린 후에야 진행일지를 쓰게 되었다. 지금은 틈나는대로 쉼터를 조성하기 위해서 공터의 흙을 골라내며 죽어버린 나무를 정리하고 있다. 금주 주말즈음 부터 본격적인 쉼터 조성에 들어갈 계획이다.
지지난주 즈음 뚝방 주민분들이 마을회관 건립에 동의하셨다. 이에 반장님을 통해서 서초구청 측에 마을회관 건립 뜻을 전했고, 지난 주에 구청에서 담당직원이 파견되어 현장을 보고 갔으나, 건립에 대한 제재를 하지 않는다는 확답을 듣지 못한 상태이다. 마을회관이 꼭 필요한 상황이므로 주민분들의 동의에 의해서 일단 구청의 허락없이 만들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건립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우선 원두막과도 같이 벽이 없는 형태의 공간을 만들 수 밖에는 없다. 벽이 없으면 정식 건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구청의 허가없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일단 금주 초에 골조를 세우기 위해 필요한 자재를 미리 구입하여 현장에 가져다놓은 상태이다.
골조가 완성되면 차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사용 가능한 재료들을 검토하여 미술적인 공간으로 꾸며볼 생각이다.
금주 주말에 골조를 세우는 작업를 처음 시작할 예정이고, 주민분들께 알려드려 공동 참여를 부탁드렸다.
반장님에게서 아직도 연락이 없다. 오늘은 반장님 댁에 찾아가 보았지만, 만나뵙지 못했다. 어쩐지 문제들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예상한 것도 있지만 이러한 어려움에 당황스럽기도 하다. 어쨌던 이번 기회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일인 만큼 지금 시점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작은 작업이 결코 그 지역에 사시는 분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 내가 취해야하는 처세나 행동이 매우 어렵고 조심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모두 다 좋은 결과를 향한 과정이라고 믿고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기다릴 생각이다. 너무 조급해 할일도 아니고 미리 실망할 시점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충분히 어려울 수 있는 과제를 안고 있었기에 시작하려했던 일이다. 조금 더 기다려 보고 그래도 큰 어려움이 계속 된다면 직접 반대하는 입장의 주민들과 구청 실무자들을 찾아가보려고 한다.
8월 초순경에 뚝방마을 project의 실질적인 간단한 철거 작업과 보목(흙다지기)등을 시작하려 하였다. 8월 초순경부터 대략 2-3주쯤으로 실질적인 공사에 들어가려고 계획하고 있었으나 현재 애초에 예상하지 못했던 몇가지 문제에 부딪혀 계속 연기되어 있는 상태이다.
1) 서초구청과의 대화문제
무허가 지역에 새로운 건축물을 짓는다는 것은 비록 간이식 건물일지라도 생각보다 용이하지 않은 문제였다. 반장님 이하 몇분의 주민들이 건축을 시작한 후 혹 발생할 수 있는 책임상의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일단 서초구청 내에 건축과 담당 직원들과 면담하려하고 있으나 담당자들과의 만남이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곳은 지역 개발등의 문제로 수시로 건축물에 대한 규제와 실사를 받고 있다. 지역 전체가 무허가이지만 기존 삶의 터전에 대해서만 주거민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고, 새로 지어지는 건축물들은 모두 곧바로 철거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비록 작은 규모의 간이식 건물이며, 공공의 편의를 위한 것일지라도 무허가 지역에 새로운 무언가를 짓는다는 행위 자체가 구청의 인가를 받지 않는다면 형식적으로 불법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이런 정황에 의해 구청 실무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최소한의 구두상의 약속을 받을 수 있어야 프로젝트 진행 중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없어지는 상황이다. 반장님께서 지역대표로서 구청직원과 대면하고자 하지만 만남이 쉽지 않다고 한다. 휴가 등의 관계로 계속 지연되고 있는 탓도 있지만 구청과 뚝방지역 주민들간의 입장차이로 인해서 상호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탓인 것 같기도 하다.
2) 주민들의 의견
뚝방에서의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서 가장 큰 협조자는 뚝방 모지구의 반장님이시다. 그분은 현재 뚝방 지역 전체 주민의 권익을 대표하는 모임에서 임시 위원장직을 맡고 계신다. 그 위원회가 최근에 만들어졌기 대분에 곧 정식 위원장을 투표로 결정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지역의 공동체는 주민들의 생존의 터전을 지키고 이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면서 규합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 동네와 달리 반장님도 주민의 삶의 터전을 보호하고 그들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관철시키는 책임을 맡고 있는 셈이다.
반장님은 지역 대표격으로 현재 마을회관 짓기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계신데, 현재 회관 건립에 대해 우려하는 주민들이 계시다고 한다. 이분들은 외부 자금으로 뚝방 지역 내에 무언가를 새로이 짓는다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을 가지고 계신다. 건축물을 세운 사람이 이후에 이 건물이 지어진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거나 이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공터가 없기 때문에 기존의 창고로 사용하던 건축물을 없애고 그 자리에 다시 짓는 형태로 공사가 이루어져야하는데 기존의 창고를 없애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는 분들이 계신다고 한다. 밖에서 볼 때는 사소한 문제처럼 보이는 것도 이 지역 안에서는 삶의 터전을 지키는 생존의 문제가 되고, 외부의 힘으로 부터 스스로를 지켜야하는 문제가 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애초에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계속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민분들에게 꼭 필요한 미술작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분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이해하고 소통을 위해서 보다 더 세심하게 노력해야할 것 같다.
나는 지난 2003년 12월경 혼자 머물면서 작업구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하여 적당한 장소를 다방면으로 찾아보았으나 임대료 등의 조건이 맞지 않아 고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인근에 있는 우면동 무허가 지역에 싸게 방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지역을 찾게 되었다.
2004년 2월경 ‘뚝방마을’이라고 불리는 우면동의 무허가 마을 안에 있는 작은 쪽방을 얻게되었고, 아직까지 그곳을 드나들며 지내고 있다. 이 공간의 천정이 매우 낮고 협소하기 때문에 최근 개인전을 준비했던 몇 개월 간은 선배의 작업실을 임시로 빌려서 전시준비를 했었지만, 우면동의 이 작업실은 내가 혼자 힘으로 여러 가지를 해결하며 작업 아이디어들을 발전시키고 쉴 수 있었던 소중한 공간이었다. 또한 나는 이곳 지역의 생활상을 직접 접하면서 작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2. 우면동 무허가 하우스 지역의 지리, 환경, 조건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이웃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이 지역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 약 25년 전 쯤 몇몇 소수민들이 뚝방마을이라고 불리우는 이 지역에 들어와 개울가 뚝 옆에 간이식으로 집을 짓고 거주하기 시작하여 오늘날 수백가구의 무허가 혹은 대형 원예 하우스 촌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우면동 무허가 지역은 서초구 양재시민공원과 교육문화회관을 지나 과천 어린이대공원 가는 방향으로 평방 삼사천 킬로미터 이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 난 예술의 전당을 관통하는 터널을 지나면 십분도 채 걸리지 않아 서초동 주상복합과 고급 빌라 주택지역에 다다른다. 이 곳은 최근 개포동 무허가 지역과 함께 강남 재개발 그린벨트 등에 부동산 투기 및 정치 논쟁 지역으로 시끄러웠으나 개포지역 만큼의 큰 논쟁거리나 사회적 이슈는 되지 못하고 있다.
3. 뚝방 마을
우면동 무허가 지역 중에서도 양재천의 뚝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약 50-60 가구의 가장 빈약하고 열악한 섹션을 뚝방마을이라고 부른다. 위치적으로는 우면동 가운데 쯤 있으나 바로 옆이 양재천이기 때문에 우천시 물이 빈번이 범람하고 겨울엔 집 바닥이 얼어터지는 열악한 지역이다.
뚝방지역의 각 가구들에 붙여진 번지수는 등본상 등록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제도적인 숫자가 아니라 호칭을 위한 편의상의 숫자일 뿐이다. 우면동 전체인구는 판가름하기 힘들지만 뚝방마을은 서너개 정도의 다른 지역구를 갖고 있으며, 최소 삼사백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주거인들은 이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해오셨던 어른과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그 안에는 방을 서너개씩 갖춘 큰 집들도 있고 내 작업실처럼 방 한두개가 있는 집들도 있다. 서로 따닥따닥 붙어서 얽혀있기 때문에 누구의 담인지 구별할 수 없으며 집들 사이의 길들은 마치 미로를 연상시킨다.
내 작업실은 양재천 개울가에 가장 가깝게 붙어있는 두세 집 중 한 곳에 딸려 있으며, 양재하천 쪽으로 나있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걸어 들어가다가 흙 계단으로 십오미터쯤 내려오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4. 이 지역의 문제점
나는 사회운동가는 아니지만 이곳에 들어오면서 많은 문제와 모순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은 막연한 감상이 아닌 현실 속의 문제들이며 불편을 넘어선 생존의 문제들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서초동에서 불과 1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살고있는 이 지역 주민들은 늘 자연환경, 그리고 사회의 시선과 투쟁하고 있다. 나는 수개월 전부터 반장님과 몇몇 어른들과의 대화 속에서 이 곳에 당면한 구체적인 문제들을 접하게 되었다. 이곳에는 공공시설이 거의 없고 단지 몇 개의 간이 재래식 화장실과 연탄과 집기를 모아놓는 간이 창고가 전부이다. 마을 중심에 교회가 하나 있어 여러 가지 공공 업무를 대행하는 역할을 한다.
이 지역에서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여러 주민들이 토론할 수 있고 노인들이 쉴 수 있는 쉼터로써의 공동의 공간이다. 이 곳은 수십 년간 터를 닦고 지내온 지역주민들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이지만 무허가 지역이기 때문에 서울시나 서초구청과 대면하여 해결해야 할 일들이 종종 생긴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주민들간의 회의가 잦지만, 집도 겨우 서있는 이 곳에는 여유있게 나와 앉아있을 만한 편안한 의자나 벤치 하나를 찾아볼 수 없다. 대낮에 어른들이 뚝방 길가에 서서 혹은 쭈그려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지역 주민들이 조금이나마 쾌적하게 공동의 회의를 열고 담소할 수 있는 시설이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무허가 마을이라는 사실 때문에 주민 복지를 위한 마땅한 개선책이 없는 실정이다.
5. 우면동 뚝방마을에서의 삼백만원 프로젝트
1) 개요
이러한 문제 의식 속에서 우리는 주민들을 위한 공공 휴식장소 겸 회의장소가 될 수 있는 소규모 회관을 만들기로 했다. 이 시설은 간이식 건물로서 일반적인 마을회관같이 거대하고 튼튼한 구조를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뚝방마을에 사는 몇몇의 이웃들이 서로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작더라도 이들의 일상에 꼭 필요한 소중한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을회관의 위치는 나의 작업실과 반장님의 집 근처의 반경 20-30m 안으로 지정하려 한다. 애초에 뚝방 옆 개울길가에 있는 장소 두 곳을 후보로 생각하고 있었다가 그 중 조금 더 크고 아늑한 장소를 최종적으로 택하게 되었다. 현재 그곳에는 호박 넝쿨과 판자로 된 작은 창고가 있다. 이 창고를 허물고 그 위에 간이식으로 작은 공간을 지을 것이다.
2) 예산
작업비로 책정된 120만원의 예산 내에서 가능한 모든 것을 해결할 생각이나 부족할 경우 마을 주민들이 공공시설 확충을 위해 모아놓은 기금에서 협조를 얻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로 예산이 부족할 경우 주민들의 협조를 얻기보다는 우선 지역의 관공서 지인과 중소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후원과 협조를 먼저 구해볼 생각이다. 많지 않은 예산이지만 지역의 특수한 상황에 맞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서 재미있고 유용한 공간을 만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3) 작업방식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나는 사회운동가들이 할 수 있는 일들과는 좀더 다른 각도의 창조적인 접근을 통해서 공공적인 소통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봉사라는 차원으로 공공장소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미술가로서의 새로운 창작활동을 통해서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그간 나의 작업들이 갤러리 안에서 소수의 미술애호가들과 만나왔다면 앞으로는 조금 더 다양한 계층과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다. 미술은 중산층이나 특정 지식인들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은 분명 한 사회인으로서 시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살아가고 있다. 나의 이러한 생각들은 과연 무엇이 좋은 미술이고 의미 있는 작업인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스스로를 환경에 반응시키며 실험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예술적 탐구며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간이식 마을 회관을 짓고, 그 공간의 외관과 실내를 작품화하여 아름답고 쾌적하게 만드는 것이다. 싸구려 소품과 재료들과 재료들을 이용하면서도 작가로서의 독창적인 표현이 담겨있는 장소를 만듦으로써 지역 주민들에게 유용할 뿐 아니라 시각적 즐거움과 유쾌함까지도 주는 공간을 창조하고자 한다.
4) 작업 진행시 예상되는 난점
a) 최근 이 지역 사람들은 재개발 등의 문제로 타 지역 여론과 시선들에 오랜 시간 시달려왔으므로 이 지역의 토착민이 아닌 나의 계획에 대해서 방어적인 입장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된다. 회관 건립이 시행에 옮겨지면서 시각의 차이에 의해서 생기는 마찰이 불가피하며, 다른 번지 지역과의 입장차이로 작은 간이시설의 건축인 경우에도 형평성의 문제에 부딪칠 수 있다.
b) 예산의 문제는 간이시설이므로 짜맞추기 나름일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마을과 주민들에게 향후 몇 년 정도는 안전함과 편리함을 제공하는 공간을 만들어야하므로 원자재를 너무 싼 것으로만 쓸 수는 없다. 따라서 시공시 기본예산이 초과되어 금전적인 문제에 부딪칠 수 있다.
c) 미술 활동과 작품으로서의 역할은 이 지역주민에게는 생소하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느껴질 수 있으며 눈에 거슬리는 불편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취약점들을 조금이나마 개선하여 나와 이곳 주민들이 다 함께 즐거울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만 한다.
⇒ 이 모든 문제들이 상당히 어려운 결과를 만들 수 있으나 이러한 문제들에 부딪혀보고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예술가로서 사회와 만나기 위한 하나의 실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역 특성상 소수의 거칠고 힘있는 의견들을 가장 근접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이 모든 것들이 이 프로젝트의 과정이며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본다.
5) 현재까지의 작업 진행 과정과 계획
우면동 뚝방마을에 대한 프로젝트를 구상한 것은 삼백만원 프로젝트에 대한 제의를 처음 받았던 시기인 두 달 전 즈음이다. 한 달 전 즈음 반장님과 몇몇 이웃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고, 삼주 정도 전에 구체적으로 회관을 건립할 장소를 확인하고 결정하였고, 예산 등에 대한 의논을 거쳤다. 현재 자재에 대한 견적과 구매 루트를 설정하기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현재 개인적인 사정으로 타 지역에 나가있기 때문에 서울로 돌아가는 7월 말 경에 좀더 구체적인 안을 확정하고 회관 건립을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